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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입니다.


이번에는 아날로그 딜레이 페달인 Maxon AD999를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딜레이라는 이펙트는 간단히 말해서 원음보다 늦게 원음의 복제판 음을 내주는 효과입니다. 

자연현상에서 메아리와 비슷해요. 야호~ 하면 호~ 호~ 호~ 하는 그것!

딜레이를 이용하면 음에 공간감을 줄 수도 있고, 늦게 나오는 음을 이용해서 화음을 만들 수도 있고, '발진' 사운드(이건 뒤에 더 자세히!)도 낼 수 있습니다.

사용하기에 따라서 정말로 다양한 쓰임새가 있고, 딜레이만 잘 써도 표현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페달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아직도 딜레이를 잘 쓰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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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이 이펙터는 지연된 음을 어떤 방식으로 내느냐에 따라 크게 아날로그 딜레이와 디지털 딜레이로 나눌 수 있습니다(딜레이의 원조격인 테입 에코는 논외로 하지요).


아날로그 딜레이는 BBD라는 아날로그칩을 이용해서 지연음을 냅니다. 마치 길게 줄 서 있는 사람들이 연탄 나르기를 하는 것처럼, 원음이 BBD 칩을 통과하면 손에 손잡기 하듯 전위가 이동하면서 이동한만큼 지연된 음을 내주는 원리라고 해요. 때문에 지연되는 시간의 길이에는 한계가 있고 신호에는 열화가 생깁니다.


반면, 디지털 딜레이는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서 지연음을 냅니다. 일단 이펙터에 들어간 아날로그 신호를 샘플링해서 일종의 디지털 녹음을 하는 셈인 거죠.

지연되는 시간의 길이, 지연음의 반복 횟수, 원음와 섞이는 정도를 모두 아주 세밀하고 정확하게 지정해줄 수 있기 때문에 편리하고, 설정값을 저장해놓고 바로바로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에 퍼포먼스의 측면에서 굉장한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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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슨의 AD999는 아날로그 딜레이 페달입니다.

사실 제 페달보드에는 딜레이의 끝이라고 불리는 Timeline이라는 디지털 딜레이 페달도 있어요(타임라인에 대해서는 다른 편에 더 자세히). 

그런데 왜 아날로그 딜레이 페달이 굳이 또 필요하냐면 우선은 제가 욕심쟁이이기 때문이고, 또 소리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신호에는 열화가 없습니다. 그래서 아주 깔끔하고 깨끗한 소리가 납니다. 하지만 아날로그 BBD 칩에서는 필연적으로 열화가 생길 수 밖에 없는데 그게 오히려 따뜻한 음색을 만들어 줘요. 짠!이 원음일 때 짠 짠 짠 짠 짠하고 점점 작아지는 지연음이 나게 되는데 그냥 작아지는 게 아니고 뭐랄까 약간씩 더 뭉개지면서 자연스럽게 붙는 소리! 짠! 짠 잔 자 ㅈ ㅈ..ㅈ......! 그래서 그런 아날로그 소리를 흉내내는 디지털 딜레이도 있을 정도로 좋은 아날로그 딜레이의 소리는 정말 좋습니다. 


구입 당시에 일본의 모 악기점에서 각종 아날로그 딜레이 페달 소리를 들어보고 비교해보면서 고심했는데 AD999 소리를 들어보는 순간 아 이거다 했어요.

돈이 정말 없었지만 원래 생각했던 가격대의 세배쯤 되는 이 페달을 그냥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 악기를 살 땐 항상 예산을 초과하게 되는 걸까요.

AD999는 아날로그 딜레이 답게 따스한 음색이지만, 지연음이 나쁘게 뭉개지지 않고 또렷하고 예쁜 느낌이 들게 따라붙어요. 도로롱 도로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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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세팅은 사진 상의 세팅입니다. 모든 노브가 다 12시. 자연스러운 숏-미디엄 딜레이 세팅입니다.

정말 요상하게도 모든 노브를 12시에 놓으면 딱 적절한 숏-미디엄 딜레이가 나와요. 

라이브시에 춤, 유자차, 잊어야 할 일은 잊어요, 앵콜요청금지 등에서 자연스러운 공간감을 위해 이 세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딜레이 타임을 9시 정도로 놓고 딜레이 레벨을 3시 정도로 놓으면 강렬하면서도 톡 튀는 느낌이 들면서 음량이 약간 커집니다. 드라이한 솔로가 필요할 때 쓰면 좋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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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999의 또 다른 강점은 '발진' 사운드가 아주 예쁘게 난다는 점입니다. 

지연음이 반복되는 횟수를 무한대에 놓으면 모든 음이 다 겹치면서 피드백 비슷한 소리가 납니다. 이때 딜레이 타임 노브를 건드려주면 발진음의 높낮이가 변하면서 우주로 뿅가는 소리를 만들 수도 있지요.

발진음이야 다 똑같이 시끄러운 소리겠지만 신비롭게도 AD999의 발진음은 매우 예쁩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페달이라서가 아니라 정말 예쁩니다.

정규앨범에서는 2집의 열두시반에서 AD999를 이용한 발진 사운드를 들을 수 있습니다. 2분 즈음에 구우우우-하고 깔리기 시작해서 3분 이후로는 발진 사운드만 남기 때문에 아 이거구나 하고 확인하실 수 있어요.

라이브 때는 마침표에서 발진음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때 발로 딜레이 타임 노브를 돌려주면서 슈웅 슁 피육하는 소리를 내주기도 합니다. 전 이걸 할 때 정말 재밌어요. 발진음을 콰콰콰콰콰 나오게 한 다음에 노브만 돌려서 우와웅 슈웅 퓩퓩하면 정말 신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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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짧고 간단하게 쓰려고 했는데 제가 너무 좋아하는 페달이라 이렇게 또 망해버렸네요...


다음편에 뵙겠습니다.

투비컨티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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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에서는 물론 파워서플라이와 몰리 ABY 스위치를 소개해볼게요.

페달보드 소개글도 이제 점점 마무리 되어갑니다.



Moollon 12채널 파워 서플라이입니다. 12채널, 독립접지.

이것을 쓰기 전에는 원래 Cioks에서 나온 빅존 파워 서플라이를 썼어요. 총 7채널, 공통접지.

페달보드를 비교적 간소하게 쓰다가 대대적으로 확장하게 되면서 당시 유명 뮤지션 윤 모씨가 쓰던 물론 파워와 제가 쓰던 페달트레인 주니어+빅존 파워를 물물 교환했었죠. 

독립접지와 공통접지의 차이는 쉽게 말해서 따로 따로 물이 나오는 호스가 있느냐 아니면 한 호스에 공급되는 물을 여럿이 나눠쓰느냐의 차이와 비슷합니다.

물론 파워는 각 구당 지원되는 전류가 100mA(1~9번), 250mA(10~12번)로 딱 정해져있지만, 빅존 파워는 그냥 총 7구의 맥시멈 지원 전류가 600mA로 600mA를 각각의 채널이 나눠쓰는 형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독립접지는 대체로 무겁고 비싸지만 전기 잡음(그라운드 루프 노이즈)이 발생하지 않는 장점이 있고, 채널을 병렬 연결하거나 직렬 연결해서 전류나 전압을 묶어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제가 쓰는 페달보드 위에서 전류를 많이 잡아먹는 것으로는 타임라인 딜레이(300mA)와 원컨트롤 크로코다일 스위처(450mA)가 있는데, 파워 서플라이의 두 채널을 병렬 연결해서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만약 자신이 쓰고 싶은 페달이 요구하는 전압이 18V라면 두 채널을 직렬 연결해서 전기를 끌어오는 방법도 있다는 거죠.


자신이 쓰고 있는 페달들이 요구하는 전류가 크지 않을 경우, 혹은 페달 간 끌어다쓰는 전류가 서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경우 공통접지 파워 서플라이를 써도 무방합니다.

만약 3~4개 정도의 9V 아날로그 꾹꾹이만 쓴다고 가정한다면 그냥 안전사 정전압 어댑터 하나에 문어발 DC케이블을 연결해서 써도 좋아요. 독립접지 파워 서플라이는 많이 비싸니까요. 또 요구 전류/전압이 특별한 페달이 하나만 있다면 그냥 문어발이나 공통접지로 다른 페달을 처리하고 특별한 페달 하나만 따로 어댑터를 쓰는 방법도 있습니다. 

돈, 무게, 크기, 편의성, 자신이 쓰는 페달의 종류와 개수를 모두 고려해서 최선의 선택지를 선택하면 되겠습니다.



몰리의 ABY 스위치입니다.

신호가 가는 길의 모양이 Y자 비슷하기 때문에 ABY 스위치라고 부르는 것 같아요.

이 몰리 스위치 같은 경우에는 방향성이 없어서 A, B를 인풋으로도 쓸 수 있고 아웃풋으로도 쓸 수 있습니다. 

저는 한 공연에서 두 기타를 쓸 때가 있기 때문에 이 스위치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A, B에 각각의 기타를 넣어놓지요. A or B 스위치를 누를 때마다 A가 선택됐다가 B가 선택됐다가 합니다. 버튼 하나로 기타를 왔다 갔다 할 수 있어요.

왼쪽에 있는 A and B 스위치를 누르면 둘 다 선택됐다가 하나만 선택됐다가 합니다. 그러니까 제가 공연에서 기타 두 대를 쓸 때 누군가 무대에 난입한 후 A and B 스위치를 밟으면 저와 쌍기타를 연주할 수도 있어요(아니 그런 일은 없을 거야...). 

만약 in/out 잭쪽에는 기타를 넣고 A와 B에 각각 앰프를 연결해놓으면 동시에 두 앰프를 쓰는 상황도 만들 수 있습니다. 만약 클린톤과 디스트톤을 무대에서 동시에 내고 싶다면 ABY 스위치를 써서 앰프 두개의 톤을 다르게 세팅하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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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음편에서 뵈어요.

투비컨티뉴드.


5편을 들고 왔습니다.

Electro Harmonix사의 Micro POG입니다. 아마도 제 페달보드에서 가장 존재감이 희미한 페달일 거예요.

POG는 폴리포닉 옥타브 제너레이터의 약자입니다. 이름 참 잘 지었어요. 편의상 이제부터는 '포그'라고 쓰겠습니다.

이 페달은 이름 그대로 여러겹으로 된 옥타브음을 만들어주는 이펙터입니다.


노브를 보면 왼쪽부터 차례대로 드라이/서브옥타브/옥타브업이 있는데요, 드라이는 이펙터의 거치기 전의 원래의 음, 서브옥타브는 옥타브 하나 아래의 음, 옥타브업은 옥타브 하나 위의 음을 담당해주는 노브입니다. 기타의 음역대를 벗어난 음들을 낼 수 있게 만들어주지요.

이게 무슨 쓸모가 있나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쓰기에 따라서 엄청나게 다양한 쓰임새가 있습니다. 

우선 모든 노브를 낮추고 서브옥타브만 올리면 원래의 음보다 한 옥타브낮은 음만 나오게 되니 베이스도 아니고 기타도 아닌 요상한 소리로 연주를 할 수도 있고요, 모든 노브를 낮추고 옥타브업만 올리면 찢어질 듯한 초고역 연주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세 노브를 적절하게 다 올리고 모듈레이션계열과 공간계 이펙터를 같이 적절히 섞어주면 오르간 비슷한 뉘앙스의 톤을 만드는 것도 가능합니다.

드라이노브를 낮추고 나머지 노브를 다 올리고 드라이브나 퍼즈를 섞어주면 흉폭한 이중창 느낌의 톤도 만들 수 있고요.

하여간 자기가 쓰기에 따라서 엄청나게 다양한 쓰임새가 있고, 가지고 노는 것도 굉장히 재밌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엄청나게 티가 잘 나지 않는 용도로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드라이 100, 서브옥타브 0, 옥타브업 40 정도로 놓는 세팅입니다. 이렇게 놓으면 한 옥타브 높은 음이 같이 난다는 느낌보다는 배음이 더 풍부해지는 느낌이 더 강해집니다. 은근은근하게 한 옥타브 높은 음은 원래의 음에 착 달라붙기 때문이죠.

지금까지 녹음된 음원에서는 딱 한곡에서 이런 용도로 사용되었습니다. 1/10에서 1절 "혹시 힘든 일이 있다면~' 부터 간주 직전까지의 기타 파트. 채 1분도 되지 않는 파트에 티도 잘 나지 않는 효과입니다. 그렇지만 분명히 다르지요. 1/10은 처음에 침묵하는 기타로 시작해서 한층 한층 한음 한음을 계속 쌓아가는 느낌으로 곡이 진행되는데 그걸 담을 때 은근한 옥타브음은 제게는 필수적인 요소였습니다.


어쨌든 포그는 가지고 놀기 참 재미있는 페달입니다. 

드라이브계열의 뒤에 놓느냐 앞에 놓으냐에 따라서도 느낌이 많이 달라지지요.

꾹꾹이를 어떤 순서로 놓느냐 하는 것도 보드를 짜는 사람의 머리를 아프게 하는 문제인데, 간단히 말하자면 보통은 뒤에 오는 페달의 느낌이 더 강해진다고 보면 됩니다.

드라이브계열을 앞에 두고 공간계열을 뒤에 두는 것이 시그널체인의 정석인데, 그건 먼저 딜레이를 걸고 나중에 디스트를 걸게 되면 딜레이의 모든 잔향에 디스트가 걸리게 되니 엄청나게 지저분하고 미친 거 같은 사운드가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소리가 필요하다면 그렇게 시그널 체인을 만드는 것도 안 될 건 없다고 봅니다.

제 보드에서 포그는 드라이브계열의 뒤, 코러스의 앞에 두고 있습니다. 포그의 느낌이 더 강해지고 공격력은 좀 약합니다. 만약 드라이브계열의 앞에 두면 드라이브의 느낌이 더 강해지면서 보다 일체감이 있으면서 공격적인 소리가 납니다. 보다 정석적인 포석은 시그널체인의 제일 앞에 포그를 두게 되는 것 같습니다만, 제가 쓰기에는 지금의 순서가 적합하기 때문에 이렇게 쓰고 있어요.

혹시 꾹꾹이의 순서를 두고 고민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일단은 대략 퍼즈-오버드라이브-디스트-모듈레이션-공간계의 순서를 따르되 여러 가지 순서를 만들어보고 직접 소리를 들어보면서 배열하십사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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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포그2가 있으면 좀더 다양한 톤메이킹과 다양한 놀이가 가능하겠지만 일단은 마이크로 포그로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같은 기능에 페달의 크기는 더 작은 나노 포그로 바꾸고 싶지도 않습니다.

저는 한번 마음에 든 페달은 여간해서는 방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계열의 피치 제너레이터는 매우 다종 다양한 형태로 나와있습니다. 

이런 페달을 구경하기 시작했다면, 축하합니다. 저와 같이 개미지옥에 빠지셨어요...


그럼 다음편에서 또 만나요.

투비컨티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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